전생안법 개정 토론회가 끝난 후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팻말을 들며 ‘전생안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소비자 안전 확보 및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생안법개정방안 모색’을 주제로 ‘전생안법(KC)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소비자 단체, 학계, 관련 종사 전문인,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전생안법’개정과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의 분리 필요성을 모색하고, 재료단계부터 안전기준을 확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전생안법은 가습기 사태 등을 계기로 기존에는 전기용품만 받던 국가기술표준원의 KC인증이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까지 의무화됨에 따라 의류 등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모든 제품을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검사를 받고 제품이 안전하다는 ‘KC인증’을 받도록 되었다.
그러나 전생안법은 원단이나 부속품 등 중간 공급자에게는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없이 최종 제조자에게만 안전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어 제조자가 화학적 공정 없이 단순 가공만 해도 KC인증 받아야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안고 있다.
KC 인증을 받으려면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며 인증을 위한 시간도 적지 않게 소모 돼, 생산 비용 증가 및 시장진입이 늦어져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는 우려가 있다. 또한 이미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재질 또는 디자인이 바뀔 경우 추가 인증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핸드메이드 생산자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생안법 개정방향’, ‘전기생활용품안전법 쟁점과 소비자의 안전’, ‘소상공인의 산업활동과 창업에 있어서 전생안법의 효과’, ‘제품안전규제 개선방안’, ‘원료물질 관리를 통한 제품안전 확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쟁점사항 및 개선방향’, ‘소비자의 안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안전한 제품의 골든타임’ 등 총 8명의 전문가 패널들의 발표와 전체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조원일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일본이 문자메시지 기술을 가장 먼저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서지 못한 것은 정부의 엄한 품질관리와 규제 때문이었다. 공공기관의 강한 규제는 해당 산업의 발전을 저해 한다”며 “소비자, 유통업자, 생산자가 모두 사는 상생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발표에서 “봉제 단계에서는 이미 열가공이나 약품가공이 완료되어 온 원단을 사용한다. 사실상 원단 가공에서 안정성이 결정되고 우리는 이미 안전한 재료로 안전한 옷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마타 인형을 제작하고 있는 청년예술가는 질의응답에서 “오토마타 인형에는 수백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정부에서 그 부품들 하나하나를 다 검증을 받아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한 달에 인형 1개를 겨우 만들어내는 입장에서 수백 가지의 검증을 다 거쳐야 한다면 사실상 작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예술에 대한 이해와 의식이 부족한 것이냐.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다른 의류, 악세사리 상인들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남대문악세사리 상가 대표는 “남대문악세사리 집계 상인만 4500명이고, 이들은 대부분 이미 가공을 거친 원단이나 금속 재료를 조합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생산한다. 핸드메이드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품질은 재료 선택에서 이미 결정되어오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차향협회 회장은 “차향에는 많으면 25개까지 악세사리가 들어가는데, 이 악세사리들 모두 안전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의뢰했을 때 각 기관마다 답변이 다 달랐다”며 규제에 명확한 기준조차 있지 않은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한국차향협회 회장은 “부속품 하나하나 다 전안법의 규제를 받다보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중국에서 값싸게 들어오는 차향으로 인해 한국 차향시장은 죽는다. 다른 나라 잘되는 법 말고 한국이 잘되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은숙 (사)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는 “전생안법은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신호등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전면적 폐지가 아닌 질적으로 법이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인들 또한 소비자로써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그러나 기존의 전생안법이 안전과는 별개로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만 떠안게 해 합리적이지 못한 점, 규제 적용조차 일관되지 않은 점들을 들어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소상공인들도 함께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해결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본 토론회는 서울시의 소셜방송인 ‘라이브서울(http://tv.seoul.go.kr)’을 통해 생중계됐다.
노소담 기자